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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a Kim♥

기사# 코스모폴리탄 2007. 9월호-열일곱살 소녀가 발하는 우아한 카리스마

열일곱살 소녀가 발하는 우아한 카리스마- 코스모폴리탄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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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기전까지 김연아란 세글자의 이름은 세상에 그렇게 널리 알려져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인기 종목에만 사람들이 몰려들고 비인기 종목은 철저히 무시당하는 것이 국내 스포츠계의 현실이었기 때문. 그런데 열일봅 살 가려린 소녀가 피겨 스케이팅으로 세계무대에 우뚝서면서 많은 사람들 그제서야 주목했고, 그녀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음에 감동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묻는다. 힘들지 않냐고, 괜찮냐고,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괜찮다고, 그저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이제 열일곱 살된 소녀의 답변은 사려깊기까지 해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지 않을ㄹ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이 소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우아한 카리스마는 앞으로 더욱 그 빛을 발할 것이다.

특별히 지난 한 해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한 해이기도 했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시아팰리스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예선과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부상이나 통증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것에 비해 결과가 좋았고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아직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정말 대한한 업적을 일궈 내고 있다. 그동안 힘든 시간도 많았을 텐데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며 힘을 냈는지 궁금하다.속상하고 힘든 일은 가급적 자꾸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내가 이루어야 하는 목표만 생각하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사라지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항상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이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주위의 평범한 여고생 또래들처럼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한창 놀고 싶을 때 일 텐데 말이다.훈련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또래들처럼 살지 못하는 것이 특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학교와 집을 오가며 공부에 매진하는 고등학생들을 볼 때도 솔직히 힘들기는 다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구들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을 테니까. 나 역시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든가 하는 즐거움을 포기해야하는 건 사실이지만, 때로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기할 것은 포기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경기에서 라이벌에게 진다든가하면 많이 속상할 것 같은데나는 승부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결과가 설사 안 좋다 하더라도 내가 그 순간을 즐겼다면 그것만으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매 과정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를 이기고 말고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래도 순위 안에 들고, 1등을 하면 기분이 훨씬 좋은 것은 사실 아닌가?'누군가를 꼭 이겨야겠다, 꼭 1등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은 순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 역시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다 1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1등을 했다고 해서 계속 1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시합 접에는 긴장이 많이 될 것 같은데 그 시간들을 어떻게 감내하나?모든 선수가 그렇듯 나 역시 시합 전에는 혼자 집중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친한 선수들과도 시합 전에는 서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빙상 위에서 실수를 했을 때 어린 마음에 자칫 눈물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몸 상태가 엉망일 때는 어쩔 수 없이 예기지 않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실 언제나 완벽한 상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실수를 했다고 해도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실수를 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9월 중순에 한국 팬들을 찾는다고 알려졌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궁금하다.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심히 훈련 중이다. 9월14일부터 16일까지 '현대카드 슈퍼매치V'에 출전에 'Just a girl'을 선보일 계획인데, 나의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서게 되어 많이 떨리고 예전보다 한층 새로운 모습과 발전된 기량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온 국민의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어서 부담이 많을 것 같다. 앞으로의 각오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 달라피겨 스케이팅은 육상이나 다른 기록 종목과 달라서 이기거나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술적인 표현력과 예술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 내가 목표하는 것은 사실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 그 자체다. 끊임없이 연습하고 훈련해서 내가 나타내고자 했던 바를 유감없이 표현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그 결과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다 바랄 나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코스모폴리탄 9월호 editor 곽정은 photographer 정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