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Skater YUNA
전 국민을 동시에 웃게 만드는 사람, 가장 넓은 팬층을 가진 스타, 새삼 내 조국이 자랑스럽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보물, 그릇이 다른 대인배, 뷰티 트렌스세터, 광고계의 블루칩! 이처럼 피겨 여왕 김연아를 수식하는 말이라면 백 개도 더 늘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연아는 가장 듣고 싶은 말로 ‘마이 페이버릿 스케이터’를 꼽는다. 그 담담한 스포츠맨십이 우리에겐 너무 특별한 존재, 김연아를 더욱 빛나게 했다. 동계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지금, 연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러키 아이콘, 그녀가 코스모에 직접 입을 열었다. - 에디터 백지수
동계올림픽이 코앞이네요 컨디션 어때요?
좋아요! 심플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올림픽 때까지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온 아이스 훈련 3시간, 기초 체력 훈련 2~3시간을 하고 나서 집에 오후 6시쯤 돌아와요. 저녁 식사를 하고 물리 치료 선생님께서 몸을 체크해주시고 돌아가시면 그때부터는 자유시간이에요. 이번 시즌 의상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흥미로웠어요. 특히 쇼트프로그램의상의 장식이라든가 디테일한 부분을 함께 의논하면서 바꿔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거든요. 끝까지 잘하고 싶어요.
작년 상반기였던가요? 코스모에서 친필로 뷰티 설문을 받았을 때 글씨까지 잘 써서 에디터들 사이에 완전 화제였어요.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며, 엄친딸도 이렇지는 않겠어요.
아니에요. 손재주가 없어서 뭐 만드는 것도 잘 못하고 그림도 진짜 못 그려요. 그래서 어릴 때도 미술 시간을 제일 싫어했어요.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가 그림 좀 못 그린다고 누가 뭐라겠어요. 연아 씨의 주니어 시절 경기를 러시아 중계방송으로 본 적이 있어요. 캐스터 왈, "저런 선수가 한국에서 배출되다니요!"라고 감탄하더군요. 그러자 해설자가 "천재는 어디에서도 태어날 수 있는 거니까요"라고 답했건 데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요. 사실 그게 연아 씨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이고요. 혹시 자신의 재능 혹은 천재성에 대하 깊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사실 재능 반, 노력 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다행히도 기본적인 재능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걸 꽃피우게 한 건 분명 노력이에요! 선수들 보면 재능은 많은데 자기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잘 모르고 그냥 방치해두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렸을 때 텔레비전으로 나가노 올림픽을 보며 미셸 콴 선수의 동작을 따라 해보곤 했어요. 전설적인 스케이터로 남은 미셸 콴 선수처럼 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전설이라! 톱클래스로 남는다는 건 참 힘든 일이에요. 얼마나 균일하게 자신의 실력을 가장 높은 상태로 유지하느냐가 관건 인 것도 같고요. 그래서일까요? 운동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유독 '컨트롤'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별명이 '대인배 김 선생'이죠? 어린 나이인데 컨트롤에 대한 감각을 일찍 터득한 것 같아요.
그런 날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저도 연습이 힘들고 몸이 피곤할 때는 기분도 별로예요. 기분 탓에 연습도 잘 안되고 그러면 짜증이 날 때도 많죠.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 진정시키려고 하면 마음이 잘 따라줘요.
연아 씨가 가장 믿는 건 무엇인가요?
제 자신이오. 나를 믿고 의지해요. 제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좀 더 엄해지려고 노력한답니다.
수십 번의 큰 대회를 치르고 수백, 수천 번 얼음 위에 섰어요.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 있나요?
두려움은 항상 있었고 지금도 있어요.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 있어도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저조차도 제가 어떻게 경기를 마칠지 예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내게 일어날 일이 두렵고 불안하죠. 하지만 정말 자신감에 차 있을 때는 경기 중에도 마치 연습을 하는 듯 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보는 사람들도 진짜 즐기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아요. 많은 전문가들이 빙판 의의 연아 씨를 '약점 없는 스케이터'라고 말하던데 동의해요?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겠지만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따져보면 부족한 점이 없을 수가 없죠. 그걸 약점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도 제가 채워야할 부분이 많아요.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링크에 연아 씨가 등장하면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마니 뮤지컬이나 발레 공연을 보는 듯 감상적인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록산느의 탱고> 시절로 기억하는데요, 해설자들이 '싱글 스케이터가 저토록 음악에 녹아들어 연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 '저게 외운다고 될까'라는 경탄을 마구 쏟아냈었죠. 은반 위에서의 연아 씨를 매우 센서티브한 예술가로보는 건 전문가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안무가이자 당신의 친구인 윌슨은 "변덕스럽지 않아 안무가로서 가르치기 쉽고 얘기 나누기 쉽다 존경심으로 코치와 안무가를 대하는 좋은 자세를 가졌다"라고 말해더라고요. 이건 완벽한 스포츠맨이잖아요. 연아 씨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요?
피겨는 스포츠에요. 스포츠맨 정신이 있어야하는 건 당연하죠. 연기를 보시는 분들은 감동을 받고 아름답다고 느끼시지만 정작 본인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로서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그런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 몸이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안무, 의상 디자인에도 개입하나요?
네, 데이비드 윌슨 코치를 비롯해 코치진과 함께 여러 번 미팅을 하며 서로 생각을 나눠요. 그 과정에서 의상 디자인이 약간씩 바뀌기도 하고 안무도 좀 더 다듬어지죠.
몸이 더 가늘어진 느낌이에요. 더 여성스러워졌다고 할까? 필라테스를 하고 체력 훈련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게 비결일까요? 보통 한쪽을 많이 사용하면 몸이 틀어지고 얼굴도 비뚤어지기 마련인데(네, 전 뷰티 기자니까요. 근육이나 밸런스에 관심이 많거든요.) 연아 씨 얼굴은 거의 완벽한 대칭이에요. 혹시 특별한 관리 비결이 있나요?
거의 매일 운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체력 훈련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항상 체중 조절을 통해 몸을 유지하려고 하죠. 피겨라는 종목이 회전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한쪽 몸이 틀어질 수밖에 없어 항상 교정도 하고 꾸준히 치료도 받고 있어요.
식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체지방 10%대를 유지하는 식단을 공개할 수 있나요?
식성은 완벽한 잡식성! 아침에는 한식으로 든든히 먹고요, 점심은 연습 사이에 과일이나 샐러드, 빵 한 조각과 두유를, 그리고 저녁에는 시리얼과 과일을 먹어요. 특별히 먹는 보양식은 없고요.
경기 메이크업 룩은 본인이 다 결정하나요?
메이크업은 음악과 의상 분위기 등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추어 제가 결정해요. 실제로 메이크업을 제가 직접 하고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따라 메이크업을 바꿔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른 스타일의 메이크업에 도전해보겠죠.
세계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흘린 눈물만큼이나, 번지지 않은 메이크업도 화제였어요. 노하우가 있었던 건가요?
노하우? 그냥 하던 대로 했는데요? 사실 저도 울면서 판다가 돼 있을까봐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근데 다행히 안 번졌더라고요. 하하.
정말 많은 여자들이 당신의 셀프 메이크업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거 알고 있죠? 그 멋진 스모키 아이는 정말 간지나거든요? 어릴 때부터 해온 경기 메이크업과 비교해보면 놀랄 만큼 화장을 잘하게 됐어요, 특히 눈과 눈썹이오! 같은 블랙 스모키 아이인데 두께에 따라 이미지에 큰 차이가 나던데요.
우선 검정 아이섀도를 눈을 떴을 때도 보일만큼 넓게 발라요. 저 같은 눈은 라인만 그렸다간 눈 뜨면 다 숨어버리거든요. 그 다음에 연아 리퀴드 라이너로 섀도보단 조금 가늘게, 하지만 눈을 떠도 보이는 정도의 두께로 덧그려요. 눈초리는 프로그램 콘셉트에 따라 많이 올렸다 조금 올렸다 하고요. 마지막으로 라인 위쪽을 섀도로 좀 더 채워주죠. 언더라인은 펜슬 아이라이너로 그리는데, '007'주제곡 일 때는 좀 강한 인상을 주려고 눈 앞머리까지 그리고, 조지 거슈윈의 곡일 때는 좀 연하게 터치해준답니다.
일본 방송에 출연해서 공인으로서 불편함에 대해 얘기했던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어쩌면 연아 씨가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것이 본인한테는 참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진짜 '완벽하게 자유로운 하루'가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어요?
친구들과 만나 밀렸던 얘기도 나누고, 쇼핑도 하고, 그렇게 보내고 싶어요. 대신 아무도 저를 알아보면 안 돼요! 사실 캐나다에서는 길을 걸어 다니며 춤을 춰도 제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편해요. 대한민국의 김연아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된 듯 한 느낌도 들어요. 재미있어요. 아주 가끔은 링크에서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우리나가 가요와 팝송도 부르며 여가를 보내죠. 음악은 워낙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즐겨 듣는 편이거든요.
사실 이번 코스모 뷰티의 주제가 'Good Luck'이에요, 그래서 표지로 우리의 러키 걸 연아 씨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본인이 '운 좋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잦은 부상으로 준비도 충분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성적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런 걸 보면 난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죠. 특별한 징크스는 없어요. 다만 연습할 때나 경기할 때 항상 묵주 반지를 끼고 있지요.
어떤 얘기가 가장 듣기 좋아요? 알려주면 그런 플랜카드가 경기장에 걸리도록 해볼게요.
지금도, 또 시간이 얼마쯤 흐른 후에도 여러분에게 'My Favorite Skater'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스스로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될 것을 예상했나요?
어릴 땐 그냥 말 그대로 ‘꿈’이기만 했지 실제로 가능하다고 애초부터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금씩 커리어를 쌓아나가다 보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느끼게 됐고, 그것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더 노력하게 됐어요.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사실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지만요.
세계가 'She's on her way'라고 말하고 있어요. 경기장에는 '연아 vs 연아'라는 현수막이 걸리곤 하죠. 지금도 자신과 싸움 중일 거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하루하루 연습을 충실히 하는 것이 결국 경기 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것과 직결되는 거 같아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이 정말 맞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어요.
사실 너무 궁금했던 건데요. 점수 발표를 기다리며 코치와 함께 앉아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키스앤드크라이 존에 들어설 때 점수를 이미 예상할 것도 같아요.
잘했을 땐 그냥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요, 하지만 못했을 땐 점수 보기가 두려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죠. 점수를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순간 숫자 계산까지 할 정신은 없답니다.
팬들은 연아 씨가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는 게 가장 좋대요. 진심으로 그리고 요즘 연아 씨가 많이 웃게 되서 행복하대요. 'winsome(매력적인)'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전혀 웃지 않던 시절 사진을 캡처해서 올려놓고 "연아는 그때부터 개그맨이었다"라고 댓글을 달아놨더라고요. 연아 씨, 지금 행복해요?
저도 가끔 이런 생각 할 때가 있어요. 나는 행복한가? 진짜 그런가? 대답은….네, 행복한 것 같아요. 아직 어리지만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고, 피겨라는 스포츠를 하는 데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요. 주변에 항상 힘이 돼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응원하고 기도해주시는 팬들께도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지금의 제 모습에 만족하고 행복해요.
많은 스케이터들처럼 프로 선수가 될 건가요? 연아씨 정도 연기력이면 뮤지컬이나 스크린도 노릴 만 한데요. 나중을 얘기하는 건 너무 빠른가요?
글쎄요. 저의 연기력은 피겨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프로로 전향한다면 룰의 제한 없이 더 자유로운 스케이팅을 하고 싶다는 꿈은 꾸고 있어요.
곧 에세이가 발간되고 모바일 게임도 나온다던데, 연아 립스틱, 연아 테디 베어 등 온통 연아 신드롬이에요! 사방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항상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이지만 그만큼 저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기에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할 거예요.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동계 올림픽을 앞둔 2010년 2월호 <코스모뷰티>표지를 위한 김연아와의 작업은 지난해 봄에 시작됐다. 많은 컷을 하루에 다 찍어야 하는 날이었고 연아는 메이크업을 받으며 간간히 졸기도 했다. 많이 피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담하고 유쾌하게, 가끔은 카리스마 있게 OK를 받아가는 그녀는 어른이었다.
그로부터 일 년이 흘러 캐나다로부터 도착 메일, 그녀는 더 성장해있었다. 혹시라도 국민이, 팬이, 커리어가, 혹은 그토록 믿고 있는 자기 자신조차도 부담이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고 생각되면 물구나무를 서주길 바란다. 가볍게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연아는 그토록 영리하고 강한 여자니까.
전 국민을 동시에 웃게 만드는 사람, 가장 넓은 팬층을 가진 스타, 새삼 내 조국이 자랑스럽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보물, 그릇이 다른 대인배, 뷰티 트렌스세터, 광고계의 블루칩! 이처럼 피겨 여왕 김연아를 수식하는 말이라면 백 개도 더 늘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연아는 가장 듣고 싶은 말로 ‘마이 페이버릿 스케이터’를 꼽는다. 그 담담한 스포츠맨십이 우리에겐 너무 특별한 존재, 김연아를 더욱 빛나게 했다. 동계 올림픽을 한 달 앞둔 지금, 연아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러키 아이콘, 그녀가 코스모에 직접 입을 열었다. - 에디터 백지수
동계올림픽이 코앞이네요 컨디션 어때요?
좋아요! 심플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올림픽 때까지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온 아이스 훈련 3시간, 기초 체력 훈련 2~3시간을 하고 나서 집에 오후 6시쯤 돌아와요. 저녁 식사를 하고 물리 치료 선생님께서 몸을 체크해주시고 돌아가시면 그때부터는 자유시간이에요. 이번 시즌 의상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흥미로웠어요. 특히 쇼트프로그램의상의 장식이라든가 디테일한 부분을 함께 의논하면서 바꿔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거든요. 끝까지 잘하고 싶어요.
작년 상반기였던가요? 코스모에서 친필로 뷰티 설문을 받았을 때 글씨까지 잘 써서 에디터들 사이에 완전 화제였어요.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며, 엄친딸도 이렇지는 않겠어요.
아니에요. 손재주가 없어서 뭐 만드는 것도 잘 못하고 그림도 진짜 못 그려요. 그래서 어릴 때도 미술 시간을 제일 싫어했어요.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가 그림 좀 못 그린다고 누가 뭐라겠어요. 연아 씨의 주니어 시절 경기를 러시아 중계방송으로 본 적이 있어요. 캐스터 왈, "저런 선수가 한국에서 배출되다니요!"라고 감탄하더군요. 그러자 해설자가 "천재는 어디에서도 태어날 수 있는 거니까요"라고 답했건 데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요. 사실 그게 연아 씨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이고요. 혹시 자신의 재능 혹은 천재성에 대하 깊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사실 재능 반, 노력 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다행히도 기본적인 재능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걸 꽃피우게 한 건 분명 노력이에요! 선수들 보면 재능은 많은데 자기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잘 모르고 그냥 방치해두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렸을 때 텔레비전으로 나가노 올림픽을 보며 미셸 콴 선수의 동작을 따라 해보곤 했어요. 전설적인 스케이터로 남은 미셸 콴 선수처럼 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전설이라! 톱클래스로 남는다는 건 참 힘든 일이에요. 얼마나 균일하게 자신의 실력을 가장 높은 상태로 유지하느냐가 관건 인 것도 같고요. 그래서일까요? 운동선수의 인터뷰를 보면 유독 '컨트롤'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별명이 '대인배 김 선생'이죠? 어린 나이인데 컨트롤에 대한 감각을 일찍 터득한 것 같아요.
그런 날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저도 연습이 힘들고 몸이 피곤할 때는 기분도 별로예요. 기분 탓에 연습도 잘 안되고 그러면 짜증이 날 때도 많죠.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 진정시키려고 하면 마음이 잘 따라줘요.
연아 씨가 가장 믿는 건 무엇인가요?
제 자신이오. 나를 믿고 의지해요. 제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좀 더 엄해지려고 노력한답니다.
수십 번의 큰 대회를 치르고 수백, 수천 번 얼음 위에 섰어요.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 있나요?
두려움은 항상 있었고 지금도 있어요.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 있어도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저조차도 제가 어떻게 경기를 마칠지 예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내게 일어날 일이 두렵고 불안하죠. 하지만 정말 자신감에 차 있을 때는 경기 중에도 마치 연습을 하는 듯 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보는 사람들도 진짜 즐기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아요. 많은 전문가들이 빙판 의의 연아 씨를 '약점 없는 스케이터'라고 말하던데 동의해요?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겠지만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따져보면 부족한 점이 없을 수가 없죠. 그걸 약점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도 제가 채워야할 부분이 많아요.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링크에 연아 씨가 등장하면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마니 뮤지컬이나 발레 공연을 보는 듯 감상적인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록산느의 탱고> 시절로 기억하는데요, 해설자들이 '싱글 스케이터가 저토록 음악에 녹아들어 연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 '저게 외운다고 될까'라는 경탄을 마구 쏟아냈었죠. 은반 위에서의 연아 씨를 매우 센서티브한 예술가로보는 건 전문가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안무가이자 당신의 친구인 윌슨은 "변덕스럽지 않아 안무가로서 가르치기 쉽고 얘기 나누기 쉽다 존경심으로 코치와 안무가를 대하는 좋은 자세를 가졌다"라고 말해더라고요. 이건 완벽한 스포츠맨이잖아요. 연아 씨가 생각하기에 본인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요?
피겨는 스포츠에요. 스포츠맨 정신이 있어야하는 건 당연하죠. 연기를 보시는 분들은 감동을 받고 아름답다고 느끼시지만 정작 본인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로서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어요. 그런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 몸이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안무, 의상 디자인에도 개입하나요?
네, 데이비드 윌슨 코치를 비롯해 코치진과 함께 여러 번 미팅을 하며 서로 생각을 나눠요. 그 과정에서 의상 디자인이 약간씩 바뀌기도 하고 안무도 좀 더 다듬어지죠.
몸이 더 가늘어진 느낌이에요. 더 여성스러워졌다고 할까? 필라테스를 하고 체력 훈련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게 비결일까요? 보통 한쪽을 많이 사용하면 몸이 틀어지고 얼굴도 비뚤어지기 마련인데(네, 전 뷰티 기자니까요. 근육이나 밸런스에 관심이 많거든요.) 연아 씨 얼굴은 거의 완벽한 대칭이에요. 혹시 특별한 관리 비결이 있나요?
거의 매일 운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체력 훈련하면서 근육을 키우고 항상 체중 조절을 통해 몸을 유지하려고 하죠. 피겨라는 종목이 회전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한쪽 몸이 틀어질 수밖에 없어 항상 교정도 하고 꾸준히 치료도 받고 있어요.
식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체지방 10%대를 유지하는 식단을 공개할 수 있나요?
식성은 완벽한 잡식성! 아침에는 한식으로 든든히 먹고요, 점심은 연습 사이에 과일이나 샐러드, 빵 한 조각과 두유를, 그리고 저녁에는 시리얼과 과일을 먹어요. 특별히 먹는 보양식은 없고요.
경기 메이크업 룩은 본인이 다 결정하나요?
메이크업은 음악과 의상 분위기 등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추어 제가 결정해요. 실제로 메이크업을 제가 직접 하고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따라 메이크업을 바꿔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와 다른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른 스타일의 메이크업에 도전해보겠죠.
세계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 흘린 눈물만큼이나, 번지지 않은 메이크업도 화제였어요. 노하우가 있었던 건가요?
노하우? 그냥 하던 대로 했는데요? 사실 저도 울면서 판다가 돼 있을까봐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근데 다행히 안 번졌더라고요. 하하.
정말 많은 여자들이 당신의 셀프 메이크업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거 알고 있죠? 그 멋진 스모키 아이는 정말 간지나거든요? 어릴 때부터 해온 경기 메이크업과 비교해보면 놀랄 만큼 화장을 잘하게 됐어요, 특히 눈과 눈썹이오! 같은 블랙 스모키 아이인데 두께에 따라 이미지에 큰 차이가 나던데요.
우선 검정 아이섀도를 눈을 떴을 때도 보일만큼 넓게 발라요. 저 같은 눈은 라인만 그렸다간 눈 뜨면 다 숨어버리거든요. 그 다음에 연아 리퀴드 라이너로 섀도보단 조금 가늘게, 하지만 눈을 떠도 보이는 정도의 두께로 덧그려요. 눈초리는 프로그램 콘셉트에 따라 많이 올렸다 조금 올렸다 하고요. 마지막으로 라인 위쪽을 섀도로 좀 더 채워주죠. 언더라인은 펜슬 아이라이너로 그리는데, '007'주제곡 일 때는 좀 강한 인상을 주려고 눈 앞머리까지 그리고, 조지 거슈윈의 곡일 때는 좀 연하게 터치해준답니다.
일본 방송에 출연해서 공인으로서 불편함에 대해 얘기했던 걸 봤어요. 그걸 보면서 어쩌면 연아 씨가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것이 본인한테는 참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진짜 '완벽하게 자유로운 하루'가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어요?
친구들과 만나 밀렸던 얘기도 나누고, 쇼핑도 하고, 그렇게 보내고 싶어요. 대신 아무도 저를 알아보면 안 돼요! 사실 캐나다에서는 길을 걸어 다니며 춤을 춰도 제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편해요. 대한민국의 김연아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된 듯 한 느낌도 들어요. 재미있어요. 아주 가끔은 링크에서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우리나가 가요와 팝송도 부르며 여가를 보내죠. 음악은 워낙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즐겨 듣는 편이거든요.
사실 이번 코스모 뷰티의 주제가 'Good Luck'이에요, 그래서 표지로 우리의 러키 걸 연아 씨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본인이 '운 좋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잦은 부상으로 준비도 충분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성적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런 걸 보면 난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죠. 특별한 징크스는 없어요. 다만 연습할 때나 경기할 때 항상 묵주 반지를 끼고 있지요.
어떤 얘기가 가장 듣기 좋아요? 알려주면 그런 플랜카드가 경기장에 걸리도록 해볼게요.
지금도, 또 시간이 얼마쯤 흐른 후에도 여러분에게 'My Favorite Skater'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스스로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될 것을 예상했나요?
어릴 땐 그냥 말 그대로 ‘꿈’이기만 했지 실제로 가능하다고 애초부터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금씩 커리어를 쌓아나가다 보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느끼게 됐고, 그것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더 노력하게 됐어요.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사실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지만요.
세계가 'She's on her way'라고 말하고 있어요. 경기장에는 '연아 vs 연아'라는 현수막이 걸리곤 하죠. 지금도 자신과 싸움 중일 거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하루하루 연습을 충실히 하는 것이 결국 경기 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것과 직결되는 거 같아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말이 정말 맞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어요.
사실 너무 궁금했던 건데요. 점수 발표를 기다리며 코치와 함께 앉아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키스앤드크라이 존에 들어설 때 점수를 이미 예상할 것도 같아요.
잘했을 땐 그냥 마음을 비우고 기다려요, 하지만 못했을 땐 점수 보기가 두려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죠. 점수를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순간 숫자 계산까지 할 정신은 없답니다.
팬들은 연아 씨가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는 게 가장 좋대요. 진심으로 그리고 요즘 연아 씨가 많이 웃게 되서 행복하대요. 'winsome(매력적인)'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전혀 웃지 않던 시절 사진을 캡처해서 올려놓고 "연아는 그때부터 개그맨이었다"라고 댓글을 달아놨더라고요. 연아 씨, 지금 행복해요?
저도 가끔 이런 생각 할 때가 있어요. 나는 행복한가? 진짜 그런가? 대답은….네, 행복한 것 같아요. 아직 어리지만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었고, 피겨라는 스포츠를 하는 데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요. 주변에 항상 힘이 돼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응원하고 기도해주시는 팬들께도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지금의 제 모습에 만족하고 행복해요.
많은 스케이터들처럼 프로 선수가 될 건가요? 연아씨 정도 연기력이면 뮤지컬이나 스크린도 노릴 만 한데요. 나중을 얘기하는 건 너무 빠른가요?
글쎄요. 저의 연기력은 피겨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프로로 전향한다면 룰의 제한 없이 더 자유로운 스케이팅을 하고 싶다는 꿈은 꾸고 있어요.
곧 에세이가 발간되고 모바일 게임도 나온다던데, 연아 립스틱, 연아 테디 베어 등 온통 연아 신드롬이에요! 사방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도 클 것 같아요.
항상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이지만 그만큼 저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기에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노력할 거예요.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동계 올림픽을 앞둔 2010년 2월호 <코스모뷰티>표지를 위한 김연아와의 작업은 지난해 봄에 시작됐다. 많은 컷을 하루에 다 찍어야 하는 날이었고 연아는 메이크업을 받으며 간간히 졸기도 했다. 많이 피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담하고 유쾌하게, 가끔은 카리스마 있게 OK를 받아가는 그녀는 어른이었다.
그로부터 일 년이 흘러 캐나다로부터 도착 메일, 그녀는 더 성장해있었다. 혹시라도 국민이, 팬이, 커리어가, 혹은 그토록 믿고 있는 자기 자신조차도 부담이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고 생각되면 물구나무를 서주길 바란다. 가볍게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우리 연아는 그토록 영리하고 강한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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