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9 07:28
(파리=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대회 때마다 여운을 남기는 게 더 발전할 기회가 되는 거죠"
'피겨퀸' 김연아(19)는 발전하는 선수다. 지난 3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마(魔)의 200점대'(207.71점)를 돌파했던 김연아는 7개월 만에 치른 2009-2010 시즌 첫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면서 또 한 번 피겨 팬들을 흥분시켰다.
200점대 점수를 기적이라고 생각했던 팬들은 김연아가 210점대(210.03점)를 기록하면서 '과연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18일(한국시간) 오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대회를 결산하며 "솔직히 실수가 있었는데도 최고점을 세우면서 앞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20점대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강심장? 타고난 성격이죠"
김연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강심장'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빨리 극복해 나머지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김연아는 2009-2010 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예 트리플 플립 점프를 뛰지 못했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끼면서 점프 타이밍을 놓친 것. 관중은 '아~'하는 탄식을 쏟아냈지만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역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최고점(133.95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는 "어릴 때는 실수하면 당황하고 다리까지 떨려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했다. 이제는 실수를 해도 나머지 연기요소에서 잘하면 점수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라며 "속으로 긴장해도 일부러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다. 준비가 잘 되면 긴장도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다른 선수들이 심리치료를 받는다는데 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성격 자체가 운동하기에 적당한 것 같다. 실수를 빨리 잊는 것을 보면 아마 운동하라고 타고난 성격 같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여운을 남긴 대회 "그래야 발전한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10.03점을 받았다. 지난 3월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대를 돌파했던 김연아는 한 단계 더 진화해 210점대 진입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마지막 스핀 과제가 '0점'이 나오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엄청난(?) 실수에도 여자 싱글 최초로 200점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르고 2009-2010 그랑프리 1차 대회에 나선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 트리플 플립 점프를 아예 건너뛰는 긴박한 상황을 겪었지만 오히려 210점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때 다른 분들이 '받을 점수를 받았다'라는 평가를 해줬지만 솔직히 기적이었다"라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실수했음에도 오히려 점수가 더 높아져 '앞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회 때마다 여운을 남기는 게 더 발전할 기회가 된다. 트리플 플립 점프를 시도조차 못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해바라기씨 테러라고요?"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트리플 플립 점프의 도약 순간을 놓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연기를 치른 아사다 마오(일본)를 향해 던진 해바라기에서 떨어진 씨가 날에 걸렸다는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불거져서다.
하지만 김연아는 "얼음이 패어 있었던 것 같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걸리면서 스리턴(점프에 앞서 몸을 360도 돌리는 자세)이 빨리 됐다. 타이밍을 잃어서 넘어질까 봐 아예 점프를 포기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내 실수를 다른 이유에 껴맞추고 싶지 않다. 남 탓하는 건 싫다"라고 웃어 넘겼다.
◇연이은 신기록 행진 "부담은 없어요"
김연아는 두 개 대회 연속 역대 최고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구나 이번 대회가 시즌 첫 번째 대회임에도 210점대 돌파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팬들은 2009-2010 시즌 첫 대회부터 엄청난 기록을 달성한 게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연아는 "보통 시즌 후반에 점수가 높아지는데 이번 대회에서 200점을 넘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쇼트프로그램도 70점대를 겨우 넘을 것 같았다. 최고점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부담도 되지만 지금은 점수에 신경을 쓰기보다 내가 해야 하는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항상 직전 대회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2월 4대륙선수권대회 이후 점수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욕심을 내지는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작은 아이디어로 끌어올린 작품성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영화 007시리즈 주제곡'은 이번 대회 최고의 관심거리였다. 남자 선수들이 갈라쇼 프로그램으로 주로 쓰던 음악을 쇼트프로그램에 사용하면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과는 대성공.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76.12점)에 단 0.04점 차인 76.08점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고, 의상과 안무의 조화가 뛰어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연아는 "음악과 의상만 신경 썼는데 마지막 총쏘기 동작에서 뭔가 허전해 손톱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했다. 손동작이 많아 포인트를 줬는데 훨씬 좋아졌다"라며 "작은 것 하나가 분위기를 바꿨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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