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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승냥이가 누구야?"
피겨 여왕 김연아(19)가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을 차지한 2009 세계 피겨 선수권(3월 22일~29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 여자 싱글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일부 시청자들은 관객석에 걸린 '승냥이 왔다'라는 펼침막을 보고 궁금했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출전한 대회면 어김없이 나타나 열광적인 응원을 선보이는 승냥이, 과연 정체가 뭘까? 일단 누리꾼이 내린 정의부터 보자.
승냥이떼: 2007 월드 방켓 사진이 공개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연아 갤러들이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을 즈음, 자비로운 연아님께서 사진을 공개로 돌리자마자 갤러들이 마치 먹이를 노리던 굶주린 승냥이떼 마냥 싸이홈피로 몰려갔다 하여 생겨난 표현. (디시인사이드 김연아 갤러리 용어사전)
'방켓'과 '갤러' 등 생소한 누리꾼 용어 때문에 무슨 말인지 이해 안 될지도 모른다. 쉽게 설명해 드리겠다. '승냥이'는 김연아 선수의 열성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승냥이 왔다'라는 표현은 간단히 말해 김연아 선수의 열성적인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아 사진 구하기 위해, 승냥이처럼 달려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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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이의 유래는 2007년 피겨 스케이팅 월드 그랑프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회가 끝나고 열리는 방켓(피겨 대회가 끝난 후 열리는 파티) 사진을 기다리던 팬들이,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한꺼번에 승냥이처럼 김연아 선수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몰려갔다 해서 승냥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자신이 승냥이라고 밝힌 한 피겨팬은 승냥이의 활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승냥이들은 딱히 모임이나 조직이 있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승냥이라는 말 자체가 연아의 열혈팬을 지칭하는 것이죠. 오프라인에서 같이 만나서 연아 배너나 엽서를 만들고 같이 경기를 보러 다니시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 저처럼 그냥 그런 거 없이 연아 팬인 사람들도 많아요."
사전적 의미의 승냥이는 '남아시아와 만주에 서식하는 개과의 포유동물'이지만 적어도 피겨팬들 사이에서 승냥이는 김연아 선수의 열성팬을 일컫는 고유 명사다. 승냥이라는 이름 때문에 남자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남녀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는 것이 승냥이의 특징이다.
승냥이들의 김연아 선수에 관한 관심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경기 후 방켓 사진을 올릴 때면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시장처럼 북적거리곤 한다. 한 김연아 선수팬은 이런 상황을 생생히 묘사해줬다.
"여왕님(김연아)이 미니홈피에 떡밥(방켓 사진) 던지셨다고 하면 갤(김연아 갤러리)이 뒤집어져요. 연아가 직접 올리는 사진이라서 그래요. 어떤 스케이터랑 사진 찍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약간의 대리만족 같은 것도 없잖아 있죠. '와, 연아가 누구랑 사진을 찍었구나!' 이런 기분 말이죠, 또 연아가 예쁜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마냥 좋아져요. '아이고 예뻐라' 이러면서요."
만두 30통을 바쳤더니... '김연아 갤러리' 탄생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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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이들에 얽힌 재밌는 일화도 있다. 지금은 피겨팬들로 북적이는 디시인사이드 김연아 갤러리. 하지만 2007년 1월 까지만 해도 이곳에 김연아 관련 갤러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세계적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던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던 팬들로서는 '김연아 갤러리'가 없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한 김연아 팬(대화명 에릭)이 나섰다. 디시인사이드 회사로 갤러리 개설 요청 편지와 만두 30통을 보내 김연아 갤러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런 노력에 감동해서일까? 결국 그날 저녁 디시인사이드에는 김연아 갤러리가 탄생(?)했다. 이 일화는 팬들 사이에서 '에릭좌 사건'으로 널리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김연아 갤러리(승냥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타 갤러리에 비해서도 많은 글과 관련 자료들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난 후, 세계 각 방송사의 피겨 스케이팅 중계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올라온다. 이 또한 대부분 승냥이들의 짓이다. 승냥이들이 이토록 김연아 선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아름(22·학생)씨가 그 이유를 밝혔다.
"스포츠엔 긍정적인 힘이 있잖아요.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내면 내 생활도 즐거워요. 신기하죠.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볼 때면 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할 수 있고, 연기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박수를 칩니다."
승냥이들, 김연아 가는 곳에 우리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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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이들의 활동은 온라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들은 김연아 선수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그림자처럼 붙어서 따라간다. 그리고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중인 박정현(28·학생)씨도 그런 승냥이 중 한명이다. '미국 승냥이'란 대화명을 사용하는 그는 얼마 전 열린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뉴욕에서 장장 6시간 비행기를 타고 대회가 열린 LA로 날아갔다.
"연아가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사고칠 것 같았죠. 안 가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어요. 미국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미쳤냐'고 했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비용만 600달러 정도 들었어요. 작년 12월에 티켓 끊어놓고 3개월간 돈이 궁해져서 허덕이며 살았지만 그래도 평생 기억에 남을 대회가 되었으니 만족해요."
박씨는 당시의 가슴 뭉클했던 상황에 대해 회상했다.
"(김연아 선수의 공연이 끝나갈 때) 사람들이 다 기립하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엔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직접 연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기립했을 거예요. 여자 싱글 선수들 중에 가장 큰 환호성을,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아요. 시상식에서 연아가 울 때는 텔레비전으로 보셨던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저도 울었고요."
박씨에게 이번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박씨는 자신을 비롯한 승냥이들의 활동이 세계에 김연아 선수를 알리고, 또 김연아 선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승냥이들이 다른 관중들에게 연아 엽서를 나눠주고, 유명한 '승냥이 왔다' 배너를 경기장 곳곳에 걸더라고요. 현지 미국인들이 연아 배너 들고 응원하는 모습 보니 좋았어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덕분에 연아도 많은 힘을 얻겠죠?"
김연아 선수가 귀국한 지난 3월31일. 인천국제공항에도 어김없이 승냥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인선(29)씨도 그 중 하나다. 2007년 9월 토론토로 떠나는 연아 선수를 배웅한 이후로 거의 대부분 배웅, 마중을 나갔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김연아 선수를 마중하러 나왔다. 김연아 선수 아버지께도 "와줘서 고마워요"라는 따뜻한 인사를 들었다.
"사실 팬질('팬 활동'을 이르는 말) 초창기에는 연아 선수가 피곤해 하지 않을까 싶어 망설였는데 후기를 읽어보면 연아 선수나 어머님이 팬들의 배웅이나 마중을 든든히 여기신다는 걸 알고 가게 되었어요. 배웅 갈 땐 '훈련 열심히 하고 아프지 말고 힘내라', 마중 나갔을 땐 '우승 축하한다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서요. 이번에도 축하한다는 말을 직접 전하고 싶어서 갔어요. 연아 선수에겐 못 했어도 어머님께 했으니 목표 달성한 셈이죠?"
승냥이들은 앞으로도 김연아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도울 생각이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 피겨가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피겨 꿈나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승냥이 김아름씨의 소망이다.
"지금도 연아 선수를 보면 이런 선수가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아요. 기적이죠. 전 피겨팬을 오래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지금 피겨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관심, 정성 쏟아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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